"부모님 빚이 5억이라 우리 남매는 전부 상속 포기했습니다. 이제 끝난 거죠?"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몇 달 뒤, 어린 조카나 연락도 안 하던 사촌 동생에게 채권 추심 전화가 걸려오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상속 포기'만 하면 모든 빚이 공중분해 된다고 착각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실제로 제 지인 중 한 분도 부친상 이후 경황이 없어 형제들끼리 상속 포기 각서만 쓰고 안심했다가, 나중에 법원 등기가 날아오면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상속 빚, 제대로 끊어내지 않으면 가족 전체의 불행으로 번집니다.
오늘은 2026년 현재 기준으로,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을 헷갈리면 벌어지는 연쇄적인 문제와 이를 막기 위한 확실한 대처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목차

1. 상속 포기 vs 한정승인: 빚을 없애느냐, 떠넘기느냐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이 두 제도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단순히 "빚을 안 갚는다"는 결과는 같아 보이지만, 그 과정과 '남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천지 차이입니다.
상속 포기: 나만 빠져나가는 '기권'
상속 포기는 말 그대로 "나는 상속인이 아닙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재산도, 빚도 1원 한 푼 받지 않습니다. 서류가 간단하고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죠.
내가 포기하면 빚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그대로 넘어갑니다. 자녀가 포기하면 손자녀에게, 손자녀도 포기하면 직계존속(부모)에게, 그다음은 형제자매, 그리고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빚이 내려갑니다. 결국 친척 수십 명이 줄줄이 상속 포기 각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정승인: 빚의 고리를 끊는 '방패'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겠습니다"라고 승인하는 것입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0원이고 빚이 5억이라면? 갚을 돈은 0원입니다. 결과적으로 빚을 안 갚는 것은 상속 포기와 같습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빚을 정리하는 '청산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상속 절차가 종결되므로, 후순위 친척들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보통 1순위 상속인 중 한 명이 대표로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 포기를 하는 전략을 씁니다.
| 구분 | 상속 포기 | 한정승인 |
|---|---|---|
| 핵심 효과 | 재산과 빚 모두 거부 (상속인 지위 상실) | 재산 한도 내에서 빚 변제 (상속인 지위 유지) |
| 빚의 이동 | 다음 순위(친척)로 넘어감 | 여기서 끝남 (연쇄 고리 차단) |
| 후속 절차 | 없음 (심판문 받으면 끝) | 신문 공고, 채권자 통지, 청산 절차 필요 |
2. "장례비 카드로 긁었다가..." 단순승인의 함정
법원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신청서를 냈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판결이 나오기 전(심지어 나온 후에도) 사소한 실수 하나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빚을 전부 떠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법적으로 '법정단순승인'이라고 합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단순승인 간주)
- 고인의 재산 처분: 고인의 예금을 인출해 쓰거나, 중고차를 팔거나, 전세 보증금을 수령하는 행위.
- 고인의 카드 사용: 사망 신고 전후로 고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 처분 행위로 간주됩니다.
- 채무 변제 수령: 고인이 받을 돈(빌려준 돈)을 대신 받아 챙기는 행위.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을 고인의 예금에서 지출하는 것은 판례상 '상속 비용'으로 인정되어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례비 영수증 증빙이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본인 돈으로 먼저 장례를 치르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입니다.
3. 3개월이 지났다면? '특별한정승인'이라는 마지막 기회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의 골든타임은 '상속 개시(사망)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입니다. 보통 장례 치르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이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곤 합니다.
그럼 꼼짝없이 빚을 다 갚아야 할까요? 다행히 구제책이 있습니다. 바로 '특별한정승인' 제도입니다.
- 특별한정승인이란?
-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3개월 내에 알지 못했을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핵심은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인과 오랫동안 별거하여 왕래가 없었거나, 빚 독촉장이 전혀 오지 않아 채무 존재를 알 수 없었다는 점 등을 소명해야 합니다. 만약 3개월이 지났다면,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4. 한정승인, 법원 결정만 받으면 끝일까?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법원에서 한정승인 심판문을 받으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정승인은 심판문 수령 후 '청산 절차'가 진짜 시작입니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반드시 챙겨야 할 5일의 법칙
한정승인 심판을 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신문 공고를 내야 합니다. "나 한정승인 했으니, 돈 받을 사람들은 2개월 안에 신고하세요"라고 신문에 알리는 법적 의무 절차입니다. 또한, 알고 있는 채권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통지해야 합니다.
이 신문 공고와 채권자 통지를 누락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아버리면, 나중에 나타난 다른 채권자가 "왜 내 몫은 안 남겼느냐"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의 완성은 '공고'와 '청산'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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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바로가기자주 묻는 질문 (FAQ)
Q.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면 단순승인이 되나요?
보험 계약의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된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를 수령해도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계약 조건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수령 전 반드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상속 포기를 했는데 나중에 빚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취소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상속 포기 신고가 법원에서 수리된 후에는 단순한 변심이나 착오로 인한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경우 등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취소 소송이 가능하므로, 처음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Q. 한정승인 할 때 4촌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한가요?
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 개인이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1순위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후순위 친척들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으므로 그들을 보호하는 결과가 됩니다.
정리하자면, 부모님의 빚이 걱정될 때 무조건 '상속 포기'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가족 관계가 복잡하거나 친척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면 1순위 상속인이 대표로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마무리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하든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고인의 재산에 절대 손대지 않는 것(단순승인 방지)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속 문제는 한 번의 선택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 무엇인지 지금 바로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를 신청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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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026년 기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적 자문이나 공식 해석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별 사안에 따른 구체적인 법적 효력은 변호사나 법무사 등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